대한민국의 역사는 많은 부분 비극의 역사가 지배하고 있다. 근대 국가 성립 이전의 시대는 차치하고서라도 일제강점기 역사는 누가 어떻게 보아도 비극적이다. 근본적으로 나라가 일본에 합병되고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비극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근원적인 비극적 고통에 더하여 우리 민족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해방 이후에도 동족 상호간에 끝없이 계속되는 갈등의 요소를 안게 된 사실이 더욱 비극적이다.

현실을 보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 고 있다. 일본과의 국가적 관계가 역사적 갈등 요인으로 인하여 수시로 폭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민족 내부에서도 친일이냐 반일이냐의 논쟁이 끊어지지 않는다. 친일 반일 논쟁은 세월이 흐른다고 잦아드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세력이 계속 정쟁거리로 삼으면서 자파세력을 키우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결코 세월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친일논쟁이 역사의 무대를 떠날 수 없는 것은 사설 민간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1994년 계획을 발표하고 2001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2009년 11월 6일 3권으로 된 인쇄본으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전에는 친일인사들을 매국, 중추원, 관료, 경찰, 군, 사법, 종교문화예술, 언론출판 등 16개 분야로 나누어 4,776명을 수록하고 있어 관련학계나 관련 인사들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여 논쟁이 끊어지지 않는다. 친일 반일의 문제는 단순히 벌어진 사건을 표피적으로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역사적 정황들이 포함되어 있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에 정부를 세우는 일에 한 몫을 한 김원봉을 애국지사로 인정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커다란 국민적 저항을 받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 역사의 난맥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역사적 갈등은 지난해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다 은퇴한 이영훈 교수 등이 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공동저자들은 21세기 신친일파라는 일방적인 비난을 받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비판자들을 향하여 공개 논쟁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끝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논쟁 요청에 응한 자들은 없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우리 민족에게 ‘일본을 악(惡)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러한 사상을 ‘반일 종족주의’라는 용어로 설명하면서 한국사회에서 등장한 반일 종족주의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확산 과정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소설 『아리랑』, 식민지 수탈설, 강제징용, 학도병, 일본군 위안부 등 식민 지배와 관련된 문제 뿐만 아니라, 한일 청구권 협정, 백두산, 쇠말뚝설, 독도 등 한일 관계 및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쟁점별로 저자들의 주장을 담고 있다.

이 책 저자들의 책 소개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反日 種族主義)란 “친일은 악이고 반일은 선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로서 아무런 근거 없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라고 주장한다. 1592년 임진왜란에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을 민족 최고의 영웅으로 배우고 익히고 존중하고 있고, 근세에 들어 1905년 본격적인 지배의 뜻을 명백히 한 을사조약에 이은 한일합방으로 민족적 자존심이 무너진 경험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는 실제로 그런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개개 사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우리 속에 남아있는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무조건적 거부의식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고 세계관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과거에 대한 피해의식을 간직하고 살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이제 해방 이전에 태어나 일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한 세대가 극소수인 상황에서 억지로 과거를 덮으려 하거나 과도하게 반일감정을 조장하여 공연히 스스로 손해를 볼 이유는 없다.

물론 이렇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적 앙금이 사라지지 않는데는 일본이 진정한 회개의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동일한 2차 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주변 국가에 대하는 태도와 너무 대비되는 모습 때문에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확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韓日) 간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배상’문제 등은 36년 동안 우리나라를 실효적으로 지배했던 일본으로서는 구차하게 변명하려하지 말고 침략의 사실만을 근거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사과와 배상에 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해방된 지 75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고, 현재도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 에서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이 100세에 별세하면서 또다시 친일논쟁이 폭발하였다. 역사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한 인물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과정을 밟게 되었고 결국은 국립묘지 안장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발생하는 모순을 온 국민이 목도하면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너무나 쉽게 곪았던 상처가 다시 덧나는 아픈 역사 때문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6.25의 영웅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백선엽 장군의 죽음 앞에서, 아무런 능력도 보여준 적 없음에도 덜렁 국회의원이 된 김대중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같은 사람은 백장군을 국립묘지에 안장 해서는 안 된다며 소란을 피웠다. 놀랍게도 그와 같은 의견을 가진 정부여당 인사들이 여럿이었다. 심지어 백장군을 안장하는 대전 현충원 입구에서는 장례행렬을 막으려고 운구차 앞으로 뛰어 들려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이 백장군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그가 친일파이기 때문 에 6.25 전쟁의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백선엽장군이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2~43년 어간에 일본이 만든 ‘간도 특설대’에 근무한 경력을 들고 있다.

문제가 되는 간도특설대는 1938년에 조직되었고 1945년에 끝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1941년 3월에는 이미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고 알려져 있다. 간도 특설대는 일본이 만주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휘하에서 항일전투를 벌이는 세 개의 부대인 김일성이 소속한 동북항일연군, 중국인 혁명군인 팔로군, 김원봉이 속했던 조선의용대를 공격하기 위하여 조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미 이 간도특설대는 1941년에 들어서는 쇠퇴하여 힘을 쓰지 못하였고 김일성은 그 때쯤 만주를 떠나 소련으로 가버린 상황이었다.

백선엽 장군이 이 간도 특설대에 투입된 것은 1943년 2월의 일이었고 해방될 때까지 만주군 에서 복무하였다. 이 기간 동안 백장군이 항일 운동을 벌이는 조선인들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친일파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백선엽 장군이 간도 특설대 근무에 관한 논란이 벌어질 때 그가 대체 그 당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후배 목사로서 중국 연변에서 SFC간사로서 일하면서 연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분으로부터 아래 와 같은 문자를 받아 정확한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살필 때 1920년 6월에 일어난 만주 봉오동전투나 1920년 10월에 벌어진 청산리 전투와 같은 독립군들의 큰 전투들은 1920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벌어지지 않았다. 바로 1921 년 6월 발생한 '자유시 참변'으로 만주와 연해주 지역의 독립군이 '전멸'했기 때문이다. ‘자유시 참변’은 소련의 볼세비키 혁명 세력이 만주와 연해주의 독립군 세력을 학살한 사건이다. 기록마다 사상자가 다르지만 학계에서는 980여명이 학살당하고 1800명이 소련군에 의해 포로로 끌려갔다고 말한다.

이 사건 이후로 만주(간도)지역 독립군은 그야말로 소수였다고 알려져 있다. 간신히 탈출한 일 부 독립군들은 그후 중국내륙으로 들어가 장개석의 국민당군에 합류하거나 모택동의 팔로군에 가담하였다. 백선엽, 박정희 소위가 관동군 장교로 임관하던 1940년대의 만주는 독립군을 찾아보기 힘든 그런 시기였다는 것이다.

1920년에 태어난 백선엽 장군이 관동군 장교로 임관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일곱 살에 아버지 를 여의고 너무 가난하여 여덟살이 될 때 가족이 전부 대동강에 빠져 죽기로 논의를 했다고 할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으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하여 평양사범학교를 나와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군인의 길로 들어섰고 일본 지배하에 있던 당시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평안도 강서출신의 백선엽은 만주 군관학교에 입학하여 만주군 장교가 되었다. 스물 세살의 초급장교가 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었겠는가? 그가 간도특설대에 배치된 것이 자신의 뜻일 수 있는가? 군인이 되고자 한 것을 무조건 죄로 단정할 수 있는 가? 기껏 소위 혹은 중위가 무슨 큰 권력이 있고 지휘권이 있는가? 왜 탈영해서 독립군 혹은 광복군에 합류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일제의 식민지에서 살게 된 이들에게 왜 한국군이 아니라 일본군 장교가 되었는가라며 친일파라 낙인 찍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학계에서조차 이런 직업선택까지 친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여 이들 일본군 장교출신들을 모조리 친일파라 단정하지 않는다.

일제시절 관공서에 근무한 공무원이라 해서 모두 친일파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 령의 부친이 농업계장, 과장을 지냈다고 하여 문대통령이 자신을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위 진보라는, 좌파라는 사람들은 마치 백선엽이나 박정희가 독립군 때려잡기 위해 혈안이 된 가증스런 매국노처럼 묘사하는 것은 사실과 다름이 분명하다. 역사적인 사료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드러난 적이 없다. 일본군 장교였으니 친일파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어느 예비역 장교의 말대로 그런 식이라면 1960년대, 70년대 장교로 임관한 사람들은 유신의 앞잡이가 되고, 80년대 임관한 장교는 군부독재의 앞잡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백선엽 장군은 겨우 2년 만주군 초급장교로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것도 이미 조선인은 전부 러시아 연해주로 떠난 뒤에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해방 후 그는 곧바로 귀국하여 조만식 선생의 비서가 되었다. 2) 그리고 곧장 한국군에 입대하여 능력을 인정받아 대령으로 1사단장의 자리까지 올랐고 6.25 전투에 참여하여 최후의 저지선인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전투에서 후퇴하는 군대를 이끌고 최전선에 서서 돌격하여 승리를 일구어 내었다. 그 공로로 그는 장군으로 진급하였고 평양에 제일 먼저 입성하는 개가를 올렸다. 한국군대를 만드는 일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였고 최초의 4성장군이 되었고 참모총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세계가 존경하는 군인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미국은 백장군을 ‘한국의 보배’라고 부르며 한미연합사령관, 미국대사들이 부임할 때마다 찾아 깍듯이 예의를 표하는 위대한 장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한민국의 자랑거리이다. 그런 백장군을 청년 장교시절 2년간의 일본군 경력을 근거로 친일파로 매도하고 그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친북 좌파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은 심각한 역사적 왜곡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백선엽장군의 삶과 업적을 오직 대한민국에 살면서 온갖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는 일부 잘못된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자들만이 비난하지 못하여 안달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이 역사인식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바른 역사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의 역사교과서는 심각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왜곡된 역사관을 담고 있다.

우리는 백선엽장군과 같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살아간 아름다운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과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언제나 깨어있는 사람들이 되도록 서로를 일깨워가는 일을 계속하여야 한다. 끝.